예수회 성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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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원이 됨이란 자기가 죄인이면서 이냐시오와 같이 예수의 벗으로 불림 받았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오늘날 예수의 벗이 됨이란 십자가(十字架)의 깃발을 들고 이 시대의 가장 심각한 투쟁, 즉 "신앙의 수호와 신앙에 내포된 정의에 종사함"을 의미한다. 예수회가 창립된 본연의 목적은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과 사람들을 위한 봉사이다. 즉 신앙을 수호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근본사명이다. 예수회는 신앙의 수호와 선포, 교회가 추구하는 하느님의 영광과 공동선을 주목적으로 창립되었다.

예수회는 창립 당초부터 지상에서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로마 교황의 권한하에 회를 복속시키고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하여 사람들에게 봉사할 희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파견받아 가기로 되어 있다. 파견받아 분산되는 공동체로서 예수회는 관상적(觀想的)이지만 은둔적인 단체는 아니다. 어디든지 파견(派遣)받으면 즉각 떠나갈 자세를 갖추고 있는 남성들의 공동체이다. 파견받아 분산(分散)되는 공동체이지만 동시에 사랑의 공동체이다. 파견받아 분산되는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예수회는 끝까지 제자들을 사랑하신 예수의 행적을 표하는 성사이자 희생제사인 성찬(聖餐)을 중심으로 생활과 대화를 함께 나누는 사랑의 모임이다.

본회에 있어서 사도직(司徒職) 활동에 참여하는 길은 다양하나 사도직의 소명은 단일하다. 회원 수는 많지만 한 몸을 이루며 각 회원은 자기에게 부여된 능력에 따라 그리스도의 구속사업, 즉 인간들을 하느님께 화합시키고 인간과 인간을 화해시키는 일을 세상에 계승시키는 공동 과업에 자기 나름으로 기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힘입어 정의를 기반으로 한 평화(平和)를 건설하게 할 것이다.

한마디로 수도적, 사도적, 사제적인 예수회의 회원됨이란 십자가의 깃발아래 모여든 동료 회원들과 더불어 생활과 일과 희생을 함께 하고 그리스도의 대리자께 충성을 다하면서, 보다 인간답고 보다 신적인 세계를 건설하려는 목적에서 신앙의 봉사와 정의의 구현에 오로지 헌신하는 사명을 부여받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예수회의 사명은 신앙에 대한 사제적(司祭的) 봉사이다. 인간들로 하여금 하느님께로 자기 마음을 개방하게 하고, 복음의 요청과 말씀에 따라 생활하도록 도와주는 사도적 직분을 말한다. 순명에 준거한 생활이란 일체의 이기심과 자기의 이익추구 및 이웃들에 대한 일체의 착취로부터 정화된 생활이다. 이 생활은 복음의 완전한 정의를 빛내는 생활이라야 한다. 복음의 정의는 만민의 권리와 인간 존엄성, 특히 가난하고 무력한 이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권리와 존엄성이 유효히 행사되도록 진작시키며 모든 비참을 제거하기에 노력하여, 이방인들과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곤경까지 배려하고 서로 저지른 불의를 용서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하려는 자세를 갖는다. 그러나 이 탁월한 정신자세는 인간의 노력만으로 얻어지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성령의 열매이다. 성령께서는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정의를 구현시키며 우리가 불의의 인간들일 때에 하느님의 자비를 베푸시고 우리를 당신과의 우정에 초대하심으로 당신의 자비(慈悲)와 능력을 그 마음에 채워주신다. 그런 뜻에서 볼 때에 정의의 구현이야말로 신앙의 사제적 봉사를 통합시키는 불가결한 부분이라 하겠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1974년 12월 3일 예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교황에게 순명서원의 표현으로 예수회는 현대 무신론의 제 형태와 대항하는 투쟁을 우리 사명으로 삼아야 함을 확인하였다.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빈곤과 기아, 재화와 자원의 불의하고 불균등한 분배, 그리고 사회적 인종적 정치적 차별로 말미암아 수백만의 인간들이 고통받고 있다. 기술공학의 발달로 인간들에게 그토록 많은 가능성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보다 정의롭고 보다 인간다운 사회를 건설하기에 필요한 대가를 치르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 지고 있다. 예수회는 이냐시오가 당대의 세계를 통찰하였듯이 오늘의 세계를 깊이 관조함으로써, 인간들의 비참과 염원들의 한가운데서 다시 죽으시고 부활하시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심중에 느껴야 할 것이다.